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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험기

탈모약 14년차 이야기

by 커피물방울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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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2022.06.27)

안녕하세요. 77년생 남자입니다.

저번주에 프로페시아의 카피약인 모나드를 3달치 구매하였습니다. 이 생활이 몇년 전인지도 가물가물한데요. 모나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프로페시아를 먹었으니까, 모나드가 발매된 2009년보다 전부터 탈모약을 복용해왔다는 계산이 됩니다.

참고로 며칠전 구매할때, 진단서는 2만원에 받았고 3달치 11만원에 구매하였습니다. 한달에 거의 4만원이네요. 

처음 구매할 땐,

  •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 호르몬 약이라는데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나 (내가 고자라니)
  • 헌혈 좋아하는데 못하다니

등등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포기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약을 먹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 상태입니다.

잠깐 개인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데, 탈모약 진단서는 3달치까지 끊어줄 수 있습니다. 2달치 끊어주는 병원 가지 마세요. 특별한 진단도 필요없고 몇년을 부작용없이 먹어왔던 약인데 자기 맘대로 2달치만 가능하다는 의사분들 이해할 수 없습니다. 2달치만 끊어주겠다면서 짓던 그 띠꺼운 표정이 몇년째 잊혀지지 않네요. 어느 병원에서 3달치 끊어주는지는 약국에서 알고 있습니다.

임신시 태아에 영향을 주는 약제라서 아이 고민도 했습니다만, 그것과 관계없이 딩크족으로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애를 가지려면 탈모약 끊고 준비할 게 많다는 현실이 임신을 망설이게 했을 수도 있겠네요. 평생 단호하게 '이 망할놈의 집안의 대를 끊고 말겠어'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결혼 전에 정관수술을 했고, 이런 저를 사랑해주시는 와이프님과 함께 차분하게 중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탈모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원생때였습니다. 연구실 책상에서 작업중인데 지나가던 친구가 "머리 안쪽이 비는 것 같은데?뭔가 이상한 거 아니에요?" 라고 말해주었습니다만, 당시에는 '대머리남자'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몰랐기에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머리카락이 마구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정신없이 인터넷 검색하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프로페시아'에 정착하였습니다.

프로페시아를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머리카락 빠지는 양도 줄어들고, 머리카락도 조금이나마 두꺼워졌습니다. 부작용에 대해 걱정할 게 없던 것이, 생각해보니 연애 또는 결혼에 관계된 증상이라 저와는 거리가 있더군요. 그냥 열심히 일이나 하면서 조금 더 야근해서 약값이나 벌면서 몇년을 지냈습니다.

그 기간동안 제일 스트레스 받던 것은 '헌혈'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혈액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고, 나도 병원에 가게 되면 헌혈증 써먹을 수 있어서 좋고, 여러모로 손해볼 게 없다고 생각하던 헌혈이었는데 탈모약 때문에 못하게 되다니 속상했습니다. 지금도 헌혈을 못하고 있습니다. 10년치면 헌혈증 40개는 모았을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프로페시아를 먹는 중, 특허가 끝나고 카피약이 나오면서 '모나드'로 갈아탔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약을 줄여보고 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약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지금은 3일에 한번씩 모나드를 먹고 있습니다. 탈모가 발생하진 않고 있습니다.

중간에 아예 끊어본 적도 있습니다. 10일쯤 넘기 시작할때 머리에 매우 가려움을 느꼈고 탈모가 시작될 것 같은 강한 불안감에 다시 약을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약을 천천히 줄여서 끊었다는 분도 계시던데.. 저는 그냥 3일에 한번 먹는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탈모는 이성을 사귀는데 심각한 장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하자가 있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특히 머리카락이 있는 상태에서 '탈모가 좀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 머리가 없는 상태에서 '탈모가 좀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느낌이 천지차이입니다. 연애를 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탈모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혹 탈모에 대해 고민이시거나, 저의 경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댓글 달아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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